공공기관 기록전문직의 직업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Abstract

기록관리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로, 기록관리 영역은 양적으로 그 외연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관련 법령의 제정을 시작으로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 배치된 공공기관이 증가되었고,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꾸준히 확대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의 기록관리 분야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공공기관 기록관리현장에는 여전히 고군분투중인 기록전문직이 존재한다. 기록전문직 관련 연구에 따르면 공직사회의 기록관리 업무나 기록전문직에 대한 몰이해로 기록전문직은 여러 갈등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된다. 기록전문직은 기록현장의 실질적인 행위자이자 기록관리 발전의 핵심적인 주체로서 중요하다. 이들은 기록현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기록전문직의 직업적인 삶의 구체적인 양상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아직까지 이루어진 바가 없다. 이제는 기록전문직의 직업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의 직업적인 삶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본 연구에서는 기록전문직의 직업경험과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요인들을 탐구하여 기록전문직의 삶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기록전문직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동기, 기록현장에서 어떠한 직업경험을 하는지, 기록전문직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들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라는 세 가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공공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9명의 기록전문직과 반구조화된 면담을 수행하여, 이들의 삶의 모습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수집한 자료는 김영천의 실용적 절충주의에 기초한 포괄적 분석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으며, 기록전문직의 직업경험에서 9개의 범주와 3개의 하위주제, 1개의 문화적인 주제를 도출하였다. 그 결과 기록전문직의 직업적인 삶의 경험은 ‘동경’, ‘기록관리 황무지’, ‘기관에 둥지 틀기’로 표현되었고, 이들의 경험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적인 주제는 ‘기록전문가를 꿈꾸는 사람들’로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문화적인 현상들이 도출되었고, 이를 종합하여 기록관리 분야에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첫째, 기록전문직은 직업적인 삶에서 공통적으로 ‘고립감’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기록전문직이 직업적인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기록관리 분야와 기록전문직 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기록공동체간의 연대를 강화해야하는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둘째, 기록전문직은 여러 갈등상황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아노미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갈등의 기저에는 ‘모호한 기록전문직의 정체성’이 존재한다. 기록전문직이 어떤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널리 홍보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 시킬 수 있도록, 외부에 드러낼 수 있는 실제적인 기록전문직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기록전문직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스스로에 대한 전문성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즉 이들의 ‘정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록전문직을 보다 더 역사적인 소명과 직업의식으로 결합되도록 기록학 교육에서 철학적인 부분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