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후기 및 근대 서울ㆍ경기지역의 문중문고 전적에 관한 서지적 연구

Abstract

문중문고는 조선시대 중ㆍ후기에 가학(家學)의 진흥 및 문중의 자제교육을 위하여 설립되어 근대까지 사립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문중문고의 고전적이 ‘문화재’로 인식되면서 장서의 산일을 초래하였고, 일제강점기에는 해외로 반출되거나 도난, 매도 등으로 인해 그 명맥이 유지되지 못하였다. 문중문고의 전형이 될 만한 대상을 발굴하여 그 역사성을 밝히고 보존하여 후대에 문화유산으로 물려줘야할 필요가 있다. 문중문고에 관한 연구는 개인이나 명문일족(名門一族)의 문헌을 중심으로 개별적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 지역별 문중문고의 장서 전체를 분석하여 종합적인 서지적 성격을 밝힌 포괄적 연구는 없었다. 본 연구에서는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 형성ㆍ발달한 서울ㆍ경기지역의 문중문고 가운데 현황 파악이 가능한 한상억문고, 수당문고, 성호문고, 경설재문고, 서계문고에 소장된 1,277종 7,844책을 대상으로 서지조사를 하고, 각 문고별 형성과 발달을 개관하였으며, 문고 형성시기별 중심인물과 주제별ㆍ판종별 구성을 조사 분석하여 각 문중문고의 역사적ㆍ서지적 성격을 밝혔고, 문고를 종합하여 집서별, 판본별, 주제별, 학파적 특성을 밝혔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집서별 특성에 있어 소장본의 간행 시기는 1500년대 7종(0.54%), 1600년대 285종(22.31%), 1700년대 305종(23.88%), 1800년대 557종(43.61%), 1900-45년 123종(9.63%)으로 1800년대 간행본의 비중이 가장 높다. 각 문고의 형성시기별 인물에 따라 주제, 판본, 간행본의 집서경향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한상억문고의 한창수 시기와 수당문고의 민영달 시기처럼 19세기 말에는 개인의 관심에 집중된 수집문고의 성격을 띠기 시작하는 문고도 생겨났다. 문고의 형성에 기여한 인물들의 관직 재임 여부는 간행본인 금속활자본ㆍ목활자본ㆍ목판본의 유입에 영향을 주었다. 둘째, 판본별 특성은 필사본 406종(31.79%), 목판본 530종(41.50%), 금속활자본 160종(12.52%), 목활자본 61종(4.77%), 탁본 64종(5.01%), 석판본 18종(1.40%), 신연활자본 38종(2.97%)이다. 목판본이 가장 많으며, 개인의 학술활동의 결과물인 필사본이 그 뒤를 이었다. 성호문고와 같이 필사본(수고본)의 비중이 높은 경우는 가학이 발달한 것으로 분석되며, 서계문고의 탁본과 같이 특정 판본의 비중이 높은 것은 가학의 경향으로 분석된다. 셋째, 주제별 특성은 경부 287종(22.47%), 사부 342종(26.78%), 자부 155종(12.13%), 집부 493종(38.60%)이다. 문고별 주제 분류에 의해 두드러지는 집서군에는 가학의 경향이 반영되어 있으며, 별집류와 전기류에는 문중인물의 학파적 경향이 반영되어 있다. 경서류는 문중자제 교육용으로 집서되었다. 수당문고의 ‘잡사류’, 성호문고의 ‘예류’, 경설재문고의 ‘술수류’, 서계문고의 ‘금석류’는 가학의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넷째, 문고의 형성 초기에 드러나던 학파성은 19세기 이후 퇴색하고 진보적ㆍ개방적 성향을 드러내며 경학이나 예학의 주제에 따라 여러 학파의 견해를 모두 참고하여 수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문고의 형성시기별 인물에 따라 학파적 경향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가학과 학파 변화 양상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