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其人制度의 운영과 其人의 위상

Abstract

국 문 초 록

고려시대 其人制度의 운영과 其人의 위상

한성대학교 대학원 사 학 과 한국사전공 김 유 종

본 논문은 고려시대 호족포섭책(豪族包攝策)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던 기인제도(其人制度)의 운영에 대한 연구이다. 특히 기인제도는 완전한 후삼국통일을 이루지 못한 신생 고려정부가 지방의 호족세력을 포섭·회유하기 위해 시행한 인사(人事)정책이다. 그러나 중앙집권체제의 안정으로 인하여 기인제도는 본래의 설치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되면서 기인의 사회적 위상은 고려전기에 비해 축소되거나 왜곡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고려전기의 기인제도가 호족과의 상호 호혜적(相互互惠的)인 상태에서 운영된 반면, 고려후기에 이르면 기인은 신분하락과 함께 노역(勞役)에 동원되는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변화에는 고려사회의 정치적인 단면에 대한 이해도 전제된다. 고려 태조는 완전한 삼한통일(三韓統一)에 성공하기 위해 호족에 대한 중폐비사책(重幣卑辭策)을 도입하여 결국 통일을 성취한다. 국초부터 도입한 기인제도는 그 후에도 계속 유지되었고 광종의 왕권강화와 성종·현종·문종 등 제왕(諸王)들의 중앙집권화(中央集權化)의 성공으로 기인제도가 점차 중앙정부의 의도대로 전환되기에 이른다. 고려정부에서 300여 명이 되는 기인집단을 특수한 성격으로 인식하고 통제에 만전을 기했을 것이다. 이들은 태생이 지방명망가인 호족자제 출신이므로 집단적인 행동으로 나설 경우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고려정부는 철저하면서도 서서히 신분격하를 시도하였다. 그 결과 고려 국초부터 미숙했던 중앙집권화가 진전됨으로써 기인은 고려 중·후기부터 그들의 출자(出資)인 향리(鄕吏)와 함께 그 기능과 신분이 점차 하락한다. 고려전기 기인은 지방에 대한 고문(顧問) 역할, 국왕 숙위(宿衛), 사심관의 거망(擧望), 과거자 신원조회 등 다기능적인 역무(役務)에 참예하였다. 일정한 역을 마치면 그 댓가로 동정직(同正職)을 제수 받는 등 입사(入仕)하였고 기인전(其人田)의 수급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무신집권기와 몽골의 침략으로 신분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고려후기 기인은 향리의 지위격하에 동반되었다. 이러한 처지가 반영되어 몽골과의 전쟁 중에는 휴한지(休閑地) 경영을 책임졌고, 원 간섭기에는 주로 궁실조영(宮室造營) 등 건축물 조성에 동원되었다. 궁궐소속 토목과 영선을 책임지는 기관인 장작감(將作監)과 조성도감(造成都監) 소속으로 주로 토목분야에서 역을 지며 그 기능이 점차 노역화(勞役化)되었다. 기인은 공기관의 공적(公的)임무에 동원되어 국가나 국가기관에, 때론 권신의 사역(私役)에 차출(差出)되어 공공적(公供的)사무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고려후기의 기인제도는 전기와 달리 그 의미가 변질되어 개혁대상이 되었다. 정책적으로 격하된 위상은 지방향리와 함께 고려사회의 상위 신분질서에서 강등되었다. 결국 노역으로 인한 고역화(苦役化) 논란으로 기인제도의 폐단이 부각되어 혁파(革罷)가 논의가 일었다. 우선 충숙왕(忠肅王) 때 일단 개혁이 이루어지나 충혜왕(忠惠王) 代 재 복구되어 결국 완전히 혁거(革去)되지 못하였고, 그 후에도 신진사류(士類)들의 잦은 철파(撤罷) 논의가 공양왕(恭讓王) 때까지 계속되었다. 한편 기인의 고역에 따른 개선책에 대해 천역화되었다는 그간의 주장은 기인의 어려운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고역적인 상황은 수긍이 되지만 천역화되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히려 기인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타파하자는 구제안(救濟案)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와 같이 기인의 존재는 국가나 기득권 세력에게 효율적인 인재였으며 자원이었다. 기인은 자신들의 역을 국가에 제공하였고 국재(國財)창출에 이바지한 공적(公的)인 존재였다. 이러한 기인제도의 효용성으로 제도 자체의 혁파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선(朝鮮)정부로 이관되어 재활용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주요어】기인제도, 중폐비사, 중앙집권화, 동정직, 장작서, 고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