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치경찰제 일원화 모형에 관한 연구
- Abstract
-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 여파로 그동안 무수한 논의 끝에 광역 시·도 단위의 이원화 모형으로 가닥이 잡히는가 했던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역시 국가경찰제를 유지하면서 자치경찰사무만 분리하는 ‘일원화 모형’으로 급선회하였다. 일원화 모형은 학문적으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거나 다른 나라의 성공한 사례에서 벤치마킹한 제도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부족을 고려해서 새롭게 만들어낸 우리나라만의 자치경찰제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도 한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소수의 당정 관계자들이 논의하여 발표한 내용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해서 완성도가 높은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영국, 미국, 일본 등 해외의 자치경찰제도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논의되어 온 자치경찰제 모형들 및 제주자치경찰제도에 대하여 조직, 인사, 사무, 재정의 네 가지 주요쟁점과 자치경찰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성 달성, 정치적 중립성 확보, 분권화 달성, 효율성 추구의 네 가지 평가기준을 분석틀로 삼아 비교 분석하여 검토하고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일원화 모형에 대해서도 동일한 분석틀을 적용하여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일원화 모형에 대한 경찰청과 시도지사협의회의 입장, 현장경찰관들의 의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토론회 자료 등을 폭넓게 활용하였다.
먼저, 일원화 모형에 대한 주요쟁점별 검토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원화 모형은 기존의 국가경찰 조직인 지방경찰청,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에서 국가‧자치경찰사무를 병행하게 된다. 즉, 현행 국가경찰조직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되,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필요한 분야는 국가경찰사무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자치경찰사무로 분리하고, 시·도지사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신설하여 자치경찰사무를 지휘·감독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사업무만을 관장하는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되어 경찰 사무는 국가경찰사무, 자치경찰사무, 수사사무로 나뉘어지고, 경찰청장(국가경찰위원회), 시·도지사(시·도자치경찰위원회), 국가수사본부장의 3분 지휘체계를 갖추게 된다. 명령통일의 원칙이 중요한 경찰 조직에서 이러한 3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둘째, 경찰관은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사무만 국가와 자치경찰사무를 나누어 수행하는 방식이다. 국가직 신분의 경찰관에 대하여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통솔을 할 수 있으려면 인사권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에 인사 관련 일부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감사 및 감사의뢰, 감찰 및 감찰요구, 징계요구권 등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부여됨으로써, 자치경찰의 시·도 종속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사무 측면의 논란이 가장 심한데, 기존 다른 모형들과 달리 국가직의 신분이 유지되는 경찰관들의 사무에 자치단체 사무가 명백한 공공청사 경비, 지역축제 등 다중운집 행사 관련 안전관리 등이 추가되었고, 다시 조례로 사무를 추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부분에 대하여 인력증원 없이 사무만 추가된다며 현장경찰관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치경찰제의 이념이자 근본적인 취지는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자율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사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경찰관 중심의 반대하는 측과 시도지사협의회 중심의 찬성하는 측의 치열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넷째, 일원화 모형은 자치경찰의 재정에 대하여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예산에 대하여 수립하고, 국가는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수립한 예산을 국가 예산으로 편성할지, 혹은 각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편성할지가 명확하지 않고, 어떠한 방식으로 자치단체에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할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원론적인 내용만 담고 있어서 향후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민주성 등 네가지 평가기준에 대한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도지사가 임명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중심으로 자치경찰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간접적 통제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주민의 자치경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민주성 측면이 강한 모형은 아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경찰사무만 일부 자치경찰사무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경찰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유지된다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시·도지사의 강력한 권한과 그로 인한 경찰권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 확보의 핵심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하여 시·도지사가 과다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시·도지사협의회 측은 오히려 국가경찰위원회의 영향력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시·도지사나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면 국가경찰이 중앙정부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 이상으로 지방의 유력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셋째, 분권화에 대한 논의가 매우 어려운데, 자치경찰권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채 자치단체가 사무만 떠안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분권화에 대해 실패한 모형이 될 것이고 반대로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을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안착시켜 나간다면 이때는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경찰권의 광역자치단체 종속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분권화 실현으로 보기는 어려운 모형으로 보인다.
넷째, 효율성 측면은 다른 자치경찰제도나 모형보다 우수할 수 있다. 같은 국가경찰이라는 테두리에 있는 동질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수사본부의 신설을 통한 수사사무의 분리가 효율성 측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휘·통솔의 원칙이 깨질 때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기능 간 협업체계가 붕괴되거나, 애매한 업무와 그로 인한 갈등의 조정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위의 검토 결과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접 당사자인 경찰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 권력기관 개혁·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한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방안을 급하게 마련한 점 등에 대한 비판을 함께 고려하면 일원화 모형은 자치경찰제 도입의 마중물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일원화 모형을 통해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것이라면 이 모형은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수단적 방안으로만 활용하고 하루라도 빨리 지방자치와 자치경찰의 이념에 맞게 설계한 이원화 모형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한다.
- Author(s)
- 박철균
- Issued Date
- 2021
- Awarded Date
- 2021-02
- Type
- Thesis
- Keyword
- 자치경찰제; 일원화 모형; 자치경찰의 주요쟁점; 자치경찰의 이념; 이원화 모형의 마중물
- URI
- http://dspace.hansung.ac.kr/handle/2024.oak/9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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