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경계: 회화로 구현된 기억에 관하여
- Abstract
- 기억은 삶을 관통하고 있는 개인의 역사로서, 현실세계와 함께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변하고 있으며, 현재의 삶에 필연적인 의미를 갖고 우발적으로 떠올라 구성되고 작품으로 재현된다.
본인은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아의 불안감으로 인하여 자아정체성의 모호함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던 기억들이 우발적으로 떠오르는 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실세계와 ‘나’와의 내적 갈등으로 촉발되어 호출된 기억의 표상들을 회화적 직관에 의존하면서 빈 캔버스 위를 채워나가는 것이 본인의 회화작업을 이루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본인의 회화작품을 세 가지 줄기로 나눠 본다면, 첫 번째는 주변의 인물들을 거울삼아 현재의 ‘나’의 모습을 표현한 인물화작업, 두 번째는 억압된 무의식을 가족 앨범에서 찾은 사진들로 상징화하여 표현한 작업, 그리고 세 번째는 일상의 풍경을 본인의 신체와 같이 인식하여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신체적 경험의 흔적으로 표현한 작업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물감의 색과 질감, 붓질의 속도 등으로 왜곡되고 과장된 환영의 형상으로 표출되면서, 즉각적이고 즉물적인 감각의 결과물이 되었고 회화를 통해 몸을 느끼게 되는, 혹은 몸을 통하여 회화를 느끼게 되는 회화의 촉각적 경험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작품의 주된 제작 의도는 의식의 내면을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능동적 일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의 본인은 동시에 자신을 수동적으로 대상화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한 작업과정을 통하여 회화는 본인에게 결핍의 충족과 욕망의 충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개체로서, 일종의 해방감과 함께 자아정체성의 회복을 촉진시키는 경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본인의 회화 작업에서 사진이라는 도구는 중요한 매체가 된다. 사진은 우연히 발견되거나, 의도된 연출이거나, 형태잡기 위한 도구 등 대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하는 추상적인 표지 같은 것이다. 본인은 특히, 카메라에 장착된 플래시를 터트려 찍는 사진을 즐겨 쓰는데, 이런 플래시 효과를 통한 회화적 표현은 인물의 피부나 식물의 표면을 직접 만지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은 기억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과 유기적인 성격을 즉물적으로 포착하는 데 핵심적인 보조 수단이 되어 준다.
본인에게 작품제작의 과정은 ‘나’의 몸이 세계를 지각하고 무의식이 실재화되는 장으로서, 당연하게도 작업자체가 이미 충분한 신체적 행위가 됨을 의미 한다. 또한 끊임없이 외부와 접촉하는 신체의 체험을 통해 이 세계에 자신의 맨얼굴을 지속적으로 마주하게 하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시 돌아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작품이 완성되면서 내면의 형상들은 의미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다시 한번 현실세계를 지각하고 체험하게 된다.
본 논문은 무의식속의 기억들과 살아가고 있는 현실 세계, 그리고 ‘나’의 세계가 어떻게 만나 작품으로 표현되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더불어 자아정체성 회복의 여정을 떠나도록 만들게 된 과정과 내면의 풍경인 작품이 이 세계에서 소통의 세계로 가는,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생산해 내는 가능성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 Author(s)
- 오다영
- Issued Date
- 2016
- Awarded Date
- 2016-02
- Type
- Thesis
- Keyword
- 기억; 구성; 몸; 무의식; 신체; 자아정체성
- URI
- http://dspace.hansung.ac.kr/handle/2024.oak/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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